삼국지/63부 -- 촉 나라의 인물들 : "제갈량에게 밉보인 비운의 맹장" ‘위연’
삼국지/63부
촉 나라의 인물들
"제갈량에게 밉보인 비운의 맹장" ‘위연’
관우, 장비, 황충 등 오호대장군이 사라진 '촉'에서 발군(拔群)의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반역자라는 이름을 남긴 무장이 있다.
'촉'의 맹장 위연(魏延), 자는 문장(文長).
잘 익은 대춧빛 얼굴에 빛나는 눈을 가진 용맹무쌍 한 장수로, '형주'를 얻은 유비가 장사군을 평정 할 때 노장 황충과 함께 새로 얻은 젊은 무장이다.
관우가 장사군의 무장 황충과 싸울 때, 황충은 관우를 죽이지 않으려고 활을 약간 비껴 쏘았는데, 이를 알아챈 태수 한현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때 재빨리 태수 한현의 목을 베어 죽인 뒤 황충과 함께 유비진영에 귀순한 장수가 바로 위연이다.
이때 제갈량은 위연이 제 주군을 죽인 불충한 짓을 했고, 또 그의 뒤통수에 반골(反骨)의 상(相)이 있다 하여 그를 죽이려고 했으나 유비가 만류하는 바람에 살려주었다.
'촉'의 장수가 된 위연은 노장 황충과 함께 '서촉'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또 유비가 '한중'을 공략 할 때도 위연은 활을 쏘아 조조의 앞니를 부러뜨리고 낙마케 하는 등 큰 활약을 했다. '형주'에 이어 '서촉'과 '한중'까지 차지한 유비가 드디어 '한중' 왕에 올랐을 때 위연은 그간의 공로로 '한중' 태수에 임명되었다.
유비가 죽고 아들 유선이 '촉'의 황제로 즉위했을 때는 관우, 장비, 황충, 마초 등이 모두 죽어 '촉'의 일급 무장으로는 그와 노장 조운만 남아 있었다. 위연은 간혹 공을 다투다가 장수들 사이에 불화를 조성한 적도 있었으나, 그가 전장에서 보인 용맹과 공적은 그런 흠을 씻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발군의 활약을 했다.
제갈량의 '남만'정벌 때 그는 조운과 함께 출전하여 큰 공을 세웠고, 제갈량이 출사표를 올리고 첫 북벌에 나섰을 때도 그가 선봉장을 맡았다. 위연은 출정길 작전회의에서 제갈량에게 한 가지 계책을 건의했다.
“승상께서 제게 정병 5천 명만 주신다면 '자오'곡 으로 들어가 '위'의 서쪽 중심부요 군사기지인 '장안'을 기습하겠습니다. 열흘 안에 '장안'을 점령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승상께서 대군을 이끌고 진군 하신다면 '장안'의 서쪽은 모두 우리 땅이 될 것입니다!”
이른바 위연의 '자오'곡 계책이다. 귀가 솔깃해지는,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위험성이 높다하여 그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갖춘 후에 완벽하고 세밀하게 작전계획을 수립해서 싸우는 제갈량의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세의 사가들 사이에 위연의 계책이 합당 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많다. '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촉'의 국력을 생각 할 때 어차피 기습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제갈량의 정공법은 주도면밀하나 진군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충분히 대비 할 시간을 주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제갈량을 두둔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위'의 병력은 한번 싸움에 지더라도 다시 보충이 가능하지만 '촉'의 병력은 전 국력을 결집한 것이기 때문에 보충이 불가능하고, 한번 잘못되면 나라의 존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갈량으로서는 이긴다는 확신이 없는 작전에 투기적인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정답은 없는 것인 바, 두 의견 모두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위연의 계책대로 한번 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전쟁이란 어차피 도박 같은 것인데….
위연은 가끔 군율을 어기고 불손한 언행을 하기도 했다. 이를 모를리 없는 제갈량이 군율을 위반한 마속이나 진식 같은 장수는 과감히 참형에 처하면서도 위연을 벌하지는 않았다. '촉'에는 그만한 장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촉'군 내에서의 그의 역량은 절대적이었다.
'촉'군의 수차례에 걸친 북벌은 제갈량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고, 마침내 제갈량은 과도한 심로(心勞)가 원인이 되어 '오장원'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만다. 제갈량은 죽기 전에 측근 양의를 불러 ‘내가 죽으면 틀림없이 위연이 반역 할 것이다.’며 위연을 제거 할 계책을 일러주고 모든 군권을 양의에게 물려주었다.
한편, 제갈량이 죽는날 밤, 위연은 머리에 뿔이돋는 꿈을 꾸었다. 이를 괴이쩍게 생각한 위연이 아침에 승상부로 가보니 제갈량은 이미 숨졌고 모든 군권은 양의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제갈량 다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위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부장(副將) 마대와 함께 반기를 들었다.
'촉'군은 제갈량의 영구를 앞세우고 '성도'로 철수 했다. 이때 '촉'으로 가는 잔도(棧道)를 불태우고 철군하는 양의를 막아선 위연은 제갈량에게 미리 밀계를 받은 마대에 의해 목이 베어지고 만다. 제갈량의 죽음에 이어 '촉'군의 최고 맹장이 이렇게 해서 또 사라진 것이다.
맹장 위연, 이루어놓은 공적에 비해 억울한 구석이 많은 인물이다. 삼국지연의 곳곳에 그를 매도하고 헐뜯은 흔적이 남아있다. 처음 등장 할 때부터 그의 주군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제갈량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고, 또 제갈량이 수명 연장을 위해 북두칠성을 향해 기도하고 있을 때 마지막 날 주등(主燈)을 건드려 끈 사람도 그였다.
또, 제갈량 사후에 위연이 반기를 든것 역시 '촉'장 중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그로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우발적인 사건인데도 이미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씌어있다. 처음부터 반역자로 예단(豫斷)해 놓은 탓이다.
그가 꾸었다는 머리에 뿔이 돋는 꿈을 파자(破字) 해 보면, ‘뿔 각(角)’ 자는 ‘칼 도(刀)’ 자 밑에 ‘쓸 용(用)’ 자가 붙는 것이므로 머리에 칼을 쓰게 된다는 뜻으로, 마대에게 칼을 맞아 목이 떨어지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꿈 이야기 역시 훗날 만들어서 끼워 넣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또, 반기를 든 위연이 '위'에 귀순하려 했던 것으로 되어 있지만, '촉'주 유선이 그를 고이 묻어주라고 한 것을 보면 그것도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위연은 많은 업적을 남긴 뛰어난 무장 이었지만 제갈량의 후계자리를 놓고 양의와의 권력다툼에 패하여 반역자의 누명을 쓴것으로 보입니다. 제갈량에게 밉보인것이 결정적인 화근이었지요.
@ 카카오 Kim Ch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