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슬프고 외로울 때 새로운 인생제2막이 열린다
〆
↑ 내 가장 슬플 때 북한산에 올라 슬픔을 달랬다. 그러나 그 슬픔 한가운데서 다시 가장 소중한 사랑(愛)이 탄생한다는 것을 알았다.(2014.5.2.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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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슬픔장애재활클리닉’ 펴낸 소설가 한차현
donga.com 기사입력 2014-05-19 03:00:00 기사수정 2014-05-19 10:50:24
한차현 “위로란 슬프고 외로울 때 누군가 곁에 있어 주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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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슬픔이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 슬픔 자체보다는 그 속에 매몰된 자기 자신에게 더한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때로는 그런 자각만으로도 비로소 위로의 긴 치유 과정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지요.”
소설가 한차현(44)의 신작 장편 ‘슬픔장애재활클리닉’(박하) 중 한 대목이다.
남주인공 차연은 사랑하는 이와 사별한 뒤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일을 한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슬픔 위로 서비스 대행업체 ‘애도와 위안의 사람들’. 여주인공 원형은 자살 희망자의 안내인이다.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차연과 원형 앞에 가슴속에 슬픔이 구렁이처럼 똬리를 튼 불안한 이들이 속속 등장한다.
12일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서울 광화문에서 작가를 만났다. “위로와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결코 위로가 되지 않는, 무엇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품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곁에 있는 누군가가 위로하는 그 순간, 교감하는 찰나에 존재의 의미가 빛난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 역시 불안이 깃든, 불안정한 해피엔딩이다. 동반자살에 실패한 이연은 한때 차연의 고객이었다가 다시 자살하려 한다. 이를 알아챈 차연은 원형의 도움을 받아 이연을 구출해낸다. 차연은 ‘많이 힘들었나요. 그래도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말 대신 이렇게 말한다. “전화, 매일 할 거예요. 잘 살고 있는지.” 작가는 “완벽한 위로는 아니지만 살고자 하는 자발심이 이연에게 싹틀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작가의 기억에 새겨진 가장 따스한 순간을 물었다. 2005년 ‘창작과 비평’이 창간 40주년을 기념해 장편소설을 공모했을 때였다. 결과는 당선작 없음. 사유를 설명하는 도마 위에 그의 이름과 작품이 올랐다. 낱낱이 신분이 공개된 최종심 낙선자에게 문학계는 가혹했다. 이후로도 주요 문학상 마지막 심사까지 올랐다가 줄줄이 떨어졌다. 막막한 나날이었다.
소설가 김도언을 주축으로 시인 신동옥, 소설가 원종국 등이 모여 ‘한차현 최종심 탈락 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다. 신인을 알아봐 주지 않는 출판계를 성토하고 화내다가 함께 술 마시고 다독이고…. 작가는 “그들이 곁에 있어준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위로였다”고 회상했다.
원래 이 소설의 제목은 ‘누군가 곁에 있고 가위에 눌렸을 때’였다. 가위에 눌려 답답하고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데, 옆 사람이 어깨 한 번 툭 쳐주면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옆 사람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는 그런 상황. 우리는 모두 촛불처럼 위태로운 존재이기에 서로를 눈여겨보고 다독이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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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기사입력 2014-05-19 06:55:00 기사수정 2014-05-19 06:55:00
김태욱 “직원들과 문화소통…이제야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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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500억원의 웨딩유통업체 아이패밀리SC의 대표인 김태욱은 가수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1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행복의 시작은 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가족의 의미 일깨우는 책 ‘가족’ 발간…가수 출신 CEO 김태욱
연매출 500억원 웨딩업체 성장 이면엔
성과만 좇다 숫자의 노예가 된 내 모습
회사내 실내포차·록 밴드 동아리 운영
우리는 가족…‘문화소통’ 새 비전 제시
“바쁘다는 핑계로 밥만 먹고 출근하고, 퇴근해서 잠만 자고, 또 다시 출근하고. 링 위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파이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행복한가. 그렇지 않더라. 너무 ‘생존’에만 포커스를 맞춰왔다. 어떻게 살 것인지 살펴봐야 할 시기라 생각했다.”
2000년 배우 채시라와 결혼해 두 아이를 둔 가수 출신 김태욱은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그가 경영하는 웨딩유통업체 아이패밀리SC(아이웨딩)는 연 매출 500억원이 넘고, 직원수는 2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작년 김태욱이 문득 본 자신의 모습은 “집에선 하숙생”, “직장에선 파이터”였다. “회사도 군데군데 ‘아픈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숫자의 노예가 되어 성과에만 매달리면서 소통이 없다보니 생긴 일들이었다. 김태욱은 퇴근 후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몇 명의 직원을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회사에선 직접 ‘실내포차’의 문을 열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나.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너무 개인적 발전에만 매몰돼 있다. 행복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 행복은 가족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가족이다.”
이런 이야기를 4개월쯤 나누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직원간 유대감이 좋아지면서 록밴드 등 동호회도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를 보는 눈빛도 달라졌다. 소통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를 느끼며 ‘가족’이란 주제의 이야기는 1년간 계속됐다.
김태욱은 이를 엮어 ‘가족’이란 책으로 출간했다. 김태욱은 “결국 ‘책’이라는 문화소통으로 변화를 일으켰다”면서 “말만 나누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족’이란 사실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했다.
‘가족’이란 책을 통해 ‘문화소통’이라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제시한 김태욱의 사업가 기질은 록밴드를 시작하던 중 3때부터 시작됐다.
11살에 주한미군 방송(AFKN)에서 접한 존 레넌의 영상을 보면서 ‘록스타’를 꿈꾸기 시작한 김태욱은 밴드 활동을 하며 자신의 녹음테이프를 친구들에게 팔아 돈을 벌었다. 데뷔 이후에도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기 위해 잘 나가는 작곡가를 찾아가지 않고 직접 제작, 유통했다. 가수를 포기하고 뛰어든 사업도 “새로운 개척자가 되고 싶어” IT를 기반으로 한 웨딩사업의 독특한 기업을 만들었다. ‘로커의 기질’이 살아 있는 김태욱은 “나는 지금 200인조 록 밴드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음악은 악기와 목소리의 하모니다. 어떤 게 하모니가 되고 안 되는가를 어릴 때부터 알았다. 경영을 배운 적 없지만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은색 음악을 하는 사람은 하얀색 음악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지만 서로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해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회색음악이 나온다. 밴드활동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하면서 하모니를 알게 됐다.”
김태욱은 행복을 위해서는 ‘우리는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가족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가족가 정신’의 필요성을 더 실감했다는 김태욱은 ‘가족’ 판매 수익금을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난 0점짜리 아빠”라는 김태욱은 ‘가족’을 출간하면서 자신도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웃었다.
“유명 여배우와 사니까 불편한 점도 있다. 난 원래 천방지축 성격인데, 항상 잘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행복한 족쇄’다. 하하.”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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